짜내고 왔는데 왜 더 늘었을까요
제 진료실에 오시는 부모님 중에는 아이 몸에 좁쌀만 한 것이 하나 생겼을 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손톱이나 족집게로 직접 짜낸 경험을 말씀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가운데가 살짝 파인 동그란 병변이라 짜면 하얀 심 같은 게 나오는데, 그걸 빼면 없어지는 줄 아셨다는 겁니다. 그런데 며칠 지나면 짜낸 자리 옆으로 두세 개가 더 올라와 있는 걸 보고 놀라서 오시는 경우가 반복됩니다.
이건 흔히 물사마귀라 부르는 전염성 연속종입니다. 사마귀를 일으키는 인유두종바이러스와는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지만, 병변 모양이 사마귀와 비슷하고 접촉으로 옮는다는 점이 같아서 사마귀로 통칭되곤 합니다. 영등포에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를 둔 부모님들이 특히 자주 물어보시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짜내면 왜 옆으로 번질까요
물사마귀 병변 안에는 바이러스 입자가 들어 있는 하얀 심이 있습니다. 이걸 손으로 짜내면 그 안의 바이러스가 주변 피부에 그대로 묻습니다. 짜낸 손으로 옆 피부를 만지거나, 짜낸 자리의 진물이 마르기 전에 옷이나 수건에 닿으면 바이러스가 인접 부위로 옮아갑니다. 그래서 짜낸 자리 자체보다 그 주변으로 무리 지어 새로 올라오는 모양이 흔하게 나타납니다.
손으로 짜내는 방식이 아니어도 아이가 가려워서 긁는 것만으로도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긁은 손톱 밑에 바이러스가 남아 다른 부위를 만지면 그쪽으로 퍼지는 식입니다.
유독 번지는 아이가 있는 이유
같은 반 친구들 중에서도 유독 한 아이에게만 물사마귀가 넓게 번지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이런 아이들을 살펴보면 아토피 피부염이 있거나 피부가 잘 트고 건조한 경우가 많습니다. 피부 장벽이 약해져 있으면 바이러스가 침투하기 쉬운 조건이 되고, 여기에 감기를 자주 앓거나 컨디션이 떨어져 있는 시기가 겹치면 병변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납니다.
병변 하나하나를 없애는 처치는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재발이 반복된다면 피부 장벽과 전신 컨디션을 같이 살펴야 합니다. 저는 진료실에서 아이의 수면, 식욕, 감기 빈도, 피부 건조 정도를 함께 확인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주의할 점
- 병변을 손으로 직접 짜거나 뜯지 않기
- 목욕 수건, 옷을 형제자매와 따로 쓰기
- 목욕 후 보습을 충분히 해서 피부 건조를 줄이기
- 긁지 않도록 손톱을 짧게 유지하기
이런 관리만으로 완전히 막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새로 번지는 속도를 늦추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진료 안내
영등포미소로한의원은 5·2호선 영등포구청역 4번 출구 바로 앞에 있습니다. 화요일과 목요일은 21시까지 진료하고 있어 낮 시간 방문이 어려운 보호자분들도 아이와 함께 들르실 수 있습니다.
서희연 대표원장 · 한방소아과 전문의